저희 부부는 한 10년 전쯤 다른 여행사에서 패키지 상품을 단 한 번 구매한 걸 제외하면 언제나 자유여행이었습니다.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, 무엇보다도 가이드분의 역량/성향에 따라 여행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좌지우지되는 게 너무나 큰 부담이었거든요. 이번에 이집트 여행을 패키지로 선택하게 된 건, 일정이 좀 급박하게 잡혀서 미리 준비하고 계획할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, 이집트라는 나라의 제반 사정상 자유여행에 따른 리스크가 다소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. 아니나다를까, 여행 일정은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예기치 못한 변동의 연속이었습니다. 만약 그 모든 일들이 자유여행 중에 일어났다면 어땠을까,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네요. 하지만 회사 측의 책임있는 대응과 저희 팀 담당이신 정보미 가이드님의 노력한 인솔 덕분에 결과적으로 도리어 더 나은 여행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. 또 저희같은 내향인은 수줍음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패키지 여행이 부담스럽기도 한데요, 정 가이드님이 참여자들 각각의 성향에 따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 주신 것도 감사했습니다. 덕분에 어려서부터 숙제처럼 마음에 품고 있던 일들--거대한 피라미드, 스핑크스상, 신전들 내 눈으로 직접 보기,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속처럼 크루즈로 나일 강 따라가보기--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. 사막과 돌산과 홍해가 만나는 후루가다 소마베이의 아름다운 풍경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요. 함께 여행하신 모든 분들께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.